자본주의의 성 문화 산업과 사랑의 종말

자본주의의 성 문화 산업과 사랑의 종말

세종여성 0 70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이 폭행이나 심지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뉴스 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또한 가정 내에서 배우자 간 벌어지고 있는 구타나 성폭행 역시도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며, 예술계나 방송계정계나 검찰기관 등 각계 각층에서 전개된 성폭력 고발과 미투 운동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그리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군대 내 성폭행 및 어린 중고생들이 또래 친구들을 협박하여 성매매를 강제하는 사건들까지 성 문제를 둘러싼 폭력과 범죄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우리 현대인에게 성이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며사랑이란 어떠한 가치와 양상을 띠며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폭력을 완화하고 치유해야 할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그와 정반대로 가장 극단적인 폭력과 살인의 상황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일까?

성이란 문제는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인 동시에 그러면서도 가장 사적이고 아무에게나 공개할 수 없는 은밀한 문제다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는 우리 자본주의 사회가 대중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공개적으로 상품화하고 있는 성의 모습을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한다섹시한 표정과 포즈로 티비 화면이나 거리 위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웃음 짓는 광고 속 모델들아찔한 옷차림과 현란한 몸짓을 하고 팬들을 향해 노래하며 춤추는 연예인들그리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섹스 산업과 포르노 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성은 숨기거나 감추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드러내거나 타인을 향해 끝없이 선전되어야 할 무엇이 되는 경향을 띤다.

그러한 사회 안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 자란다한편에 그렇게 우리가 그다지 문제 삼고 있지 않은 성의 상품화 현상이 늘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는 아이들로 하여금 성에 대한 관심과 욕망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에 가정과 학교 제도가 부과하는 억압과 금기 안에서 자신들의 욕망을 억제할 것을 강요한다그렇다고 해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아이들에게 부과하는 억압과 금기 안에서 함께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많은 경우 성인들의 성매매나 포르노 산업은 처벌로 이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영화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등급제를 활용하여 관람 가능 연령을 형식적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 사회 전체가 음란물을 생산 ·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문화의 개방과 관련한 자본주의 사회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개인의 성적 활동이 사랑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실제적인 인간관계를 통해서가 아닌, 미디어를 매개로 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행위가 되는 것을 허락한다성매매나 포르노 산업은 성생활로부터 사랑의 정서를 분리시킴으로써 인간과 인간 간의인간과 자연 간의 쌍방적 연속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의 경험을 일방적인 욕구의 분출과 해소로 대치시킨다상대방과의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흐르는 정서의 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채, 타인의 욕망에 대한 이해 없이 타인을 향해 분출되는 나의 일방적 욕망이 행사하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힘은, 자연이 지닌 생명력으로부터 분리됨으로써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이 될 가능성을 내포한다자연의 생명을 담지하고 있는 신체 및 신체의 이미지가 화폐와 교환되고 구매됨으로써 신체와 신체가 지닌 생명은 추상화된 가격을 통해 자연이 부여한 물질성을 박탈당하고자연의 창조성과 생산성으로부터 유리된 교환 활동으로서의 성적 행위는 사랑이 필요치 않은 상품화된 신체의 소비 행위로 그친다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랑의 의미는 자연의 생명과 연결되지 못하고 단지 이미지화된 신체에 대한 소유 혹은 지배로 오해된다그러나 사랑이란 어디까지나 자연의 생명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경험인 까닭에 타인을 일방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욕망이 시작되는 순간 사랑은 끝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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