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의 문화가 낳는 폭력성

남성 중심의 문화가 낳는 폭력성

세종여성 0 75

오랜 기간 우리 사회 안에서 발견되고 계승되어 온 남성 중심의 문화 속에서 신체적으로 힘의 우위를 지니고 있는 남성의 가치는 사회 전체의 중심적 가치로 전제되어 왔다한국 사회 안에서 사회 각 분야의 고위층은 남성들에게 상대적으로 더욱 많은 자리와 보수를 허락하고 있는 반면가정 안에서 현대의 여성들은 무보수의 가사 노동을 떠맡으며 직장 생활까지 병행해야 하는 수퍼우먼이 될 것을 강요 받는다남성 중심의 사회 안에서 남성은 남성대로 남성으로서 응당 지녀야 할 힘과 전투적 기상을 요구 받는다오랜 군사 독재 정치의 현대사적 유산과 남북 분단으로 인한 징병제의 지속은 한국 사회 안에 남성을 중심으로 한 폭력적 장치와 이데올로기를 국가적 차원에서 작동하게 만든다합법적인 폭력 조직으로서의 군대의 유지는 한 국가를 넘어 국가들 간의 폭력을 지구적인 차원의 것으로 승화시킨다남성적 힘을 중심으로 한 인류 문화의 전개 속에서 전쟁이라는 지극히 폭력적인 행위는 인류 역사 발전의 필연적 요소인 양 간주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와 문화를 비판하려는 시도는 종종 남성과 여성 사이에 적대적 관계를 발생시키고 상대 성에 대한 혐오와 증오로 변질된다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라는 도식이 성립되면 가해자와 피해자는 각각 서로를 향해 분노의 화살을 돌리게 된다하지만 폭력은 어디까지나 또 다른 폭력으로부터만 발원하며 증오와 분노는 또 다른 증오와 분노를 낳는 까닭에, 우리가 함께 폭력으로부터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폭력이 발생되는 상황과 조건 전체를 다같이 물음에 부치고, 폭력이 전제하고 있는 적대적인 구도 자체로부터 모두 함께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과 같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위태로운 까닭은 그것이 전제하고 있는 힘의 본질과 성격에 놓여 있다자연의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비단 여성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한 유지와 존속을 불가능하게 만든다사실상 남성과 여성 모두 자연이 부여하고 마련해 놓은 성이라는 점에서 그 둘 간에 우열을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다만 남성적 힘을 상징으로 하는 공격성과 지배의 욕구가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중심적 가치로 정당화될 때, 사회 시스템 전반은 공격 및 지배의 이념에 맞추어 마련되고, 정치적 · 경제적 질서는 사회적 약자의 건강과 생명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강자의 이익에 종속될 것이다그러할 경우 서로 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 위에 기반해야 할 이성 간의 애정 관계는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전락되고, 남성적 가치로 정당화되는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욕망은 생명으로 향해야 할 성행위마저 죽음과 닿아있는 폭력적 행위로 탈바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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