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통해 만나는 우리 안의 문제 - 정동칼럼

난민을 통해 만나는 우리 안의 문제 - 정동칼럼

이나영 | 중앙대 교수·사회학

팔레스타인 출신 무슬림 여성은 인종과 국적, 종교, 젠더 질서가 만들어내는 교차적 억압 체계에서 또 다른 위험과 마주해야 했다. 강의실에서, 교정에서, 동네에서 편견과 선입견에 가득 찬 백인 남성들의 시선과 희롱을 견뎌야 했고, 여행이 자유롭지 못해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학회에는 참석할 꿈도 꾸지 못했으며, 한 학기마다 도래하는 비자 심사에 불안해했다. 옷차림과 음식에 늘 신경을 썼으며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남성들의 성차별적인 행태를 증오하면서도 운명 공동체로서 연민하는 자기분열에 힘들어했다.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장소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현실과 외롭게 쟁투하며,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언젠가는 돌아갈지도 모를 ‘집’을 향한 양가적 감정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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